불법사채에 손을 댄 분들이 가장 먼저 하는 생각은 “그래도 빌린 돈이니 갚아야 한다”입니다. 그런데 법은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립니다. 이 문제는 두 개의 선으로 갈립니다. 연 20%를 넘으면 초과한 이자가 무효고, 연 60%를 넘으면 원금까지 통째로 무효입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붙습니다. 상대가 등록하지 않은 업자라면 금리가 얼마든 이자 약정 자체가 전부 무효입니다. 내가 어느 칸에 들어가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게 순서입니다.
불법사채, 어디서부터가 불법인가 — 선은 세 개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이자가 세면 불법”이라고 뭉뚱그리는데, 법은 세 개의 서로 다른 선을 긋고 있습니다.
| 구간 | 법적 효력 | 근거 |
|---|---|---|
| 연 20% 이하 + 등록업자 | 유효 | 대부업법 제8조제1항 |
| 연 20% 초과 | 초과분 이자만 무효 | 대부업법 제8조제1항·이자제한법 제2조제3항 |
| 연 60% 초과 | 원금·이자 전부 무효 | 대부업법 제8조의2제1항·시행령 제5조의2 |
| 미등록(불법사금융)업자 | 금리 불문 이자 약정 전부 무효 | 대부업법 제11조 |
법정 최고금리 연 20%는 2021년 7월 7일부터 적용된 기준이고 2026년 8월 현재도 그대로입니다. 등록 대부업자든 개인 간 금전거래든 이 선은 같습니다. 이자제한법 제2조는 상한을 이렇게 정합니다.
① 금전대차에 관한 계약상의 최고이자율은 연 25퍼센트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③ 계약상의 이자로서 제1항에서 정한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부분은 무효로 한다.
④ 채무자가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이자를 임의로 지급한 경우에는 초과 지급된 이자 상당금액은 원본에 충당되고, 원본이 소멸한 때에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 「이자제한법」 제2조
제4항이 실무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입니다. 이미 낸 초과 이자는 그냥 날아간 돈이 아니라 원금을 깎는 데 쓰입니다. 원금이 다 없어지고도 남으면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오래 끌어온 계약일수록 계산해 보면 원금이 이미 소멸해 있는 경우가 나옵니다.
한 가지 예외가 있습니다. 이자제한법 제2조제5항은 대차원금이 10만원 미만이면 최고이자율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소액 거래는 이 계산에서 빠집니다.
이자를 “이자”라고 부르지 않으면 피해 갈까
불법사채 계약서에는 이자라는 말이 잘 안 나옵니다. 수수료, 사례금, 공증비, 관리비, 심지어 “선물”로 적힌 것도 있습니다. 이 우회로는 이미 막혀 있습니다.
대부업법 제8조제2항은 이자율을 산정할 때 사례금·할인금·수수료·공제금·연체이자·체당금 등 명칭이 무엇이든 대부와 관련해 받는 것은 모두 이자로 본다고 정합니다. 담보권 설정비용과 신용조회비용 정도만 빠집니다.
선이자도 마찬가지입니다. 100만원을 빌려주면서 30만원을 미리 떼고 70만원만 건네는 방식이 흔한데, 대부업법 제8조제6항은 선이자를 공제한 경우 실제로 받은 금액을 원본으로 놓고 이자율을 계산하도록 정합니다. 즉 원본은 100만원이 아니라 70만원이고, 뗀 30만원은 이자로 잡힙니다. 이 계산법으로 바꾸는 순간 연이율이 몇 배로 뛰는 계약이 대부분입니다.
연체이자율에도 상한이 있습니다. 약정이자율에 연 3%를 더한 값을 넘을 수 없고, 그래도 연 20%가 최종 상한입니다. “연체했으니 이자가 두 배”라는 말은 근거가 없습니다.
연 60%를 넘으면 원금도 무효입니다 — 2025년 7월 22일에 바뀐 지점
여기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크게 바뀐 대목입니다. 2025년 7월 22일부터 시행된 개정 대부업법은 일정 유형의 계약을 아예 반사회적 대부계약으로 규정하고 원리금 전체를 무효로 만들었습니다.
법 제8조의2제1항과 시행령 제5조의2가 정하는 무효 유형은 이렇습니다.
- 성착취를 목적으로 하거나 이를 수단으로 한 대부계약
- 인신매매·신체상해를 수반한 대부계약
- 폭행·협박에 의한 대부계약
- 최고금리의 3배(연 60%)를 초과하는 초고금리 대부계약
앞의 세 가지와 초고금리가 같은 칸에 들어갔다는 점을 눈여겨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연 60%가 넘는 순간 법은 이 계약을 돈 문제가 아니라 반사회적 행위로 취급합니다. 그래서 초과분만 깎는 게 아니라 원금 청구권까지 사라집니다.
같은 개정에서 바뀐 것이 두 가지 더 있습니다.
-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법 제2조제7호·제8호가 ‘미등록 대부(중개)업자’라는 표현을 ‘불법사금융(중개)업자’로 고쳤습니다. 등록을 안 한 게 아니라 불법이라는 뜻을 이름에 박은 것입니다.
- 처벌이 크게 올랐습니다. 법 제19조 기준으로 미등록 대부업은 징역 5년·벌금 5천만원에서 징역 10년·벌금 5억원으로, 최고금리 위반은 징역 3년·벌금 3천만원에서 징역 5년·벌금 2억원으로 올랐습니다. 정부·금융기관을 사칭한 광고는 과태료 사안이었다가 징역 5년·벌금 2억원의 형사처벌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반사회적 계약까지 가지 않더라도, 등록하지 않은 업자와의 이자 약정은 법 제11조에 따라 전부 무효입니다. 연 30%든 연 15%든 상관없습니다. 등록 여부는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이나 관할 지자체에서 확인할 수 있고, 명함에 적힌 등록번호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부터 보시면 됩니다.
내 계약이 어느 구간인지 계산해 보기
말로 따지는 것보다 숫자를 넣어 보는 편이 빠릅니다. 실제로 손에 쥔 금액과 실제로 낸(또는 내기로 한) 이자, 그리고 기간만 있으면 됩니다.
불법사채 이자율 판정 계산기 (연 20%·60% 기준)
단리 기준 연이율 환산(이자 ÷ 실수령원금 × 365 ÷ 일수)입니다. 대부업법 제8조제2항·제6항에 따라 수수료·사례금·선이자를 모두 이자로 넣고 실수령액을 원본으로 계산했습니다. 실제 무효 범위와 반환 가능액은 사건별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기본값으로 넣어 둔 숫자가 현장에서 가장 흔한 형태입니다. 100만원을 빌려주며 30만원을 먼저 떼고 70만원을 건넨 뒤 한 달 뒤 100만원을 받는 계약. 이 계약의 환산 연이율은 500%가 넘습니다. 계약서에는 “한 달에 30만원”이라고만 적혀 있어서 체감이 안 되는데, 연 단위로 환산하는 순간 60%선을 한참 넘어갑니다.
불법추심, 법이 금지한 7가지
돈 문제와 별개로 추심 방식 자체가 범죄가 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제9조가 일곱 가지를 못 박아 두었습니다.
| # | 금지되는 채권추심 행위 | 벌칙 |
|---|---|---|
| 1 | 채무자·관계인을 폭행·협박·체포·감금하거나 위계·위력을 사용 | 징역 5년 / 벌금 5천만원 이하 |
| 2 |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적으로 또는 야간에 방문 | 징역 3년 / 벌금 3천만원 이하 |
| 3 |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적으로 또는 야간에 전화·문자·영상 등을 도달하게 함 | 징역 3년 / 벌금 3천만원 이하 |
| 4 | 채무자 외의 사람에게 채무에 관한 거짓 사실을 알림 | 징역 3년 / 벌금 3천만원 이하 |
| 5 | 변제자금을 다른 데서 빌려 오라고 강요 | 징역 3년 / 벌금 3천만원 이하 |
| 6 | 갚을 법적 의무가 없는 사람(가족·지인)에게 대신 갚으라고 요구 | 징역 3년 / 벌금 3천만원 이하 |
| 7 | 직장·거주지 등 다수인이 모인 곳에서 채무 사실을 공개 | 징역 3년 / 벌금 3천만원 이하 |
—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제9조 · 벌칙 제15조
이 표에서 실제로 가장 많이 쓰이는 칸은 6번과 7번입니다. 불법사채 추심은 채무자 본인보다 가족·직장을 겨냥할 때가 많은데, 법은 그걸 별도 조항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부모나 배우자에게 온 전화는 “인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제9조제6호 위반입니다.
여기서 실무 결론이 하나 나옵니다. 야간(오후 9시~다음 날 오전 8시)에 온 연락은 그 자체가 증거입니다. 통화 기록, 문자, SNS 메시지를 지우지 마시고 화면 캡처와 함께 시간이 남게 보관해 두셔야 합니다.
7일에 7회 — 연락 횟수에도 상한이 있습니다
2024년 10월 17일 시행된 개인채무자보호법이 하나를 더 얹었습니다. 이건 등록 금융회사의 채권추심에 적용되는 규정이지만, 어디까지가 정상 범위인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됩니다.
- 각 채권별로 7일에 7회를 초과하는 추심 연락 금지. 법령상 의무적 통지는 횟수에서 빠집니다.
- 3개월 추심유예. 재난, 본인·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비속의 수술·입원, 혼인·사망 같은 사유가 생기면 3개월 이내로 추심 연락을 미룰 수 있고, 한 차례 연장됩니다.
- 채무자가 특정 시간대나 특정 연락 수단을 거부하면 정당한 사유 없이는 따라야 합니다.
정상적인 채권추심조차 이 정도로 묶여 있다는 뜻입니다. 하루에 수십 통이 오는 상황이라면 그건 협상 대상이 아니라 신고 대상입니다.
불법사채 신고와 채무자대리인 — 2026년에 달라진 것

가장 많이 놓치는 제도가 채무자대리인 무료 지원입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주고, 그때부터 추심 연락은 채무자가 아니라 변호사에게 가야 합니다. 비용은 들지 않습니다.
2026년도 채무자대리인 선임지원 사업 운영 방안(금융위원회, 2026년 1월 14일)에서 달라진 대목이 큽니다.
| 항목 | 내용 |
|---|---|
| 대상 | 불법사금융·불법추심 피해자 및 그 가족·지인 등 관계인 |
| 비용 | 무료 (공단 변호사의 채무자대리·소송대리) |
| 신청 | 금융감독원 ☎1332(6번), 대한법률구조공단,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SNS 아이디만으로도 신청 가능 |
| 2026 변경① | 지원 횟수 제한 폐지 — 불법추심이 완전히 멈출 때까지 반복 신청 |
| 2026 변경② | 2월부터 채무당사자 신청 없이 관계인 단독 신청 허용 |
| 2026 변경③ | 초동조치 강화 — 구두 경고, SNS 추심자 경고, “반사회적 대부계약 무효확인서” 발급 |
| 2026 변경④ | 선임 후 1개월·5개월차 정기조사로 추심 중단 여부 확인 |
2025년 한 해에만 2,497명·11,083건이 지원됐고, 전년 대비 258% 늘었습니다.
세 번째 변경이 특히 실질적입니다. 무효확인서가 나오면 “안 갚아도 되는 돈”이라는 근거가 문서로 손에 잡힙니다. 말로만 “이건 불법이라 무효”라고 하는 것과 서면을 들이미는 것은 협상력이 완전히 다릅니다.
신고 창구는 이렇게 정리하시면 됩니다.
-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신고센터 ☎1332 — 신고와 채무자대리인 신청이 한 번호에서 됩니다.
- 대한법률구조공단 ☎132 — 법률상담과 소송 지원.
- 경찰 ☎112 — 폭행·협박·감금 등 제9조제1호 상황이면 여기가 먼저입니다.
불법사채를 정리한 다음에 남는 빚
불법사채가 무효 처리돼도 정상 금융권 채무는 그대로 남습니다. 오히려 여기까지 온 시점이면 앞단에서 이미 연체가 쌓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남은 빚은 제도권 절차로 넘기는 게 순서입니다.
- 연체가 90일을 넘겼다면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 조건부터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 매달 남는 소득이 있다면 개인회생 신청으로 3년 변제 후 잔액을 면책받는 길이 있습니다.
- 소득이 없어 변제계획을 세울 수 없다면 개인파산 신청 쪽입니다.
- 내 상황이 어느 제도에 해당하는지 한눈에 비교하려면 채무조정 총정리를 먼저 보시는 편이 빠릅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불법사채 채무를 개인회생 채권자목록에 넣을지는 따로 판단할 문제입니다. 무효인 채권을 목록에 그대로 올리면 갚지 않아도 될 돈을 변제 대상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습니다. 이 대목은 채무자대리인이나 공단 상담에서 먼저 정리하고 가시는 게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불법사채도 원금은 갚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구간에 따라 다릅니다. 연 20% 초과 구간이면 초과 이자만 무효라 원금은 남습니다. 그러나 연 60%를 넘으면 대부업법 제8조의2제1항의 반사회적 대부계약에 해당해 원금과 이자 전부가 무효가 됩니다. 먼저 환산 연이율을 계산해 어느 칸인지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이미 낸 이자는 돌려받을 수 있나요?
이자제한법 제2조제4항에 따라 초과 지급된 이자는 원금에 충당됩니다. 충당하고도 원금이 다 없어지면 남은 금액은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오래 이자를 낸 계약일수록 계산해 보면 원금이 이미 소멸해 있는 경우가 나옵니다.
등록번호가 있는 대부업체면 안전한가요?
등록 여부와 금리 상한은 별개입니다. 등록업체여도 연 20%를 넘으면 초과분은 무효고, 연 60%를 넘으면 반사회적 대부계약이 됩니다. 반대로 미등록이면 대부업법 제11조에 따라 금리가 낮아도 이자 약정 자체가 전부 무효입니다.
가족에게 추심 전화가 오는데 막을 수 있나요?
채권추심법 제9조제6호는 갚을 법적 의무가 없는 사람에게 대신 변제를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징역 3년 또는 벌금 3천만원 이하입니다. 2026년부터는 채무자 본인의 신청 없이 관계인이 단독으로 채무자대리인을 신청할 수 있어, 가족이 직접 1332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불법사채 신고를 하면 내 신용에 문제가 생기나요?
신고 자체는 신용정보에 기록되지 않습니다. 불법사금융 신고와 채무자대리인 지원은 금융감독원·대한법률구조공단이 운영하는 피해자 보호 절차이고, 신용등급을 매기는 신용정보 등록과는 다른 경로입니다.
선이자를 떼고 받았는데 원금은 얼마로 봐야 하나요?
대부업법 제8조제6항에 따라 실제로 손에 쥔 금액이 원본입니다. 100만원 계약에 30만원을 선이자로 뗐다면 원본은 70만원이고, 뗀 30만원은 이자로 계산됩니다. 이 기준으로 다시 환산하면 연이율이 크게 올라갑니다.
증거로 뭘 남겨 둬야 하나요?
차용증·계좌이체 내역·실제 입금액, 통화 녹음과 발신 시각이 남은 통화 기록, 문자와 SNS 메시지 원본입니다. 특히 오후 9시부터 오전 8시 사이에 온 연락은 채권추심법 제9조제2호·제3호 위반의 직접 증거가 되므로 시간이 보이게 캡처해 두시는 게 좋습니다.
정리
불법사채 문제는 순서대로 보시면 됩니다.
- 환산 연이율부터 계산. 수수료·사례금·선이자를 모두 이자에 넣고, 실제로 받은 금액을 원본으로 놓습니다. 20%선과 60%선 중 어디에 걸리는지가 전부입니다.
- 등록 여부 확인. 미등록이면 금리와 무관하게 이자 약정이 전부 무효입니다.
- 증거 보존. 야간 연락과 가족 대상 연락은 그 자체가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 1332로 채무자대리인 신청. 무료이고, 2026년부터 횟수 제한 없이 추심이 멈출 때까지 신청할 수 있습니다.
- 남은 정상 채무는 제도권 절차로. 개인워크아웃·개인회생·개인파산 중 내 소득 구조에 맞는 칸으로 넘깁니다.
가장 먼저 하실 일은 협상이 아닙니다. 계산기에 실제로 받은 금액과 낸 이자를 넣어 내가 어느 구간에 있는지를 숫자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 숫자가 나오면 그다음 대화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글은 2026년 8월 6일 기준 법령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일반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무효 범위와 반환 가능액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신고센터(1332)나 대한법률구조공단(132) 등 공적 창구에 먼저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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